전기자동차를 업으로 삼고 싶은 학생에게-전기자동차 공부 방향 잡기
"저는 전기자동차 연구해요."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내 전공을 설명할 땐 어디까지 자세히 이야기 해주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내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을 해주겠지만 보통은 그냥 전기자동차에 대해 연구해요 정도로만 대답한다. 그러나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전기자동차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하는 후배들도 많아졌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싶은 후배들에게 진로를 정할 때 알면 좋을 꿀팁을 알려줄 겸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 꿈은 전기자동차 만들기
내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전기자동차를 연구하고자 한 동기를 물어본다면 아마 스무살 초반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할 것이다. 그 당시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전기전자공학이라는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하였지만 구체적인 세부 진로는 정하지 못하였다. 그 땐 보통 주위 선배들이 안정적인 공기업이나 삼성이나 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회사에 취직하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료한 일상의 반복과 작은 디테일에 연연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상 공기업에도 반도체 회사에도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물론 지금 내 전공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ㅠ) 그 다음으로 보인 회사는 자동차 회사였는데 그 당시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우리나라 초봉 1순위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또한 심장을 울리는 배기음과 고속의 세계로 데려다 주는 경험, 그것을 오로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동차의 매력은 내 인생을 걸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세상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등장하게 된다. 테슬라의 설립과 모델S 출시 계획이었다. 사람들은 제조업 회사의 어려움과 기술력 한계를 이유로 들며 아직 시기상조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기' 자동차. 무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 앞에 내 전공인 전기가 붙지 않았는가. 전기자동차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들은 오히려 내가 극복시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켜 주었다.
그 후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 하였고 결국 운좋게도 4학년이 되기 전 현대자동차에서 인턴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겨울방학 동안만 진행되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 열심히 한다고 전부가 아닌 사내 정치, 학사출신 엔지니어로서의 한계, 무엇보다 회사 속에서 난 부품의 부품의 부품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존재감. 이 곳에서의 내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운이 더 좋아서 인턴 종료 후 정규직으로 전환도 받게 되었고 부모님께서도 정말 자랑스러워 해주셨지만 난 기쁘지 못했다. 조금 더 "오오~" 하고 "크으~" 한 일을 하고 싶어 정말 많은 고민과 상담을 하였고 결국 대학원 진학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뭐 해 먹고 살지?
전기자동차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슈는 무엇일까. 아마 주행거리 문제일 것이다. 즉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면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꽤 큰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대략적으로 생각나는데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배터리 성능 개발
- BMS 개발
- 효율 개선
만약 신소재 및 화학공학을 전공한다면 배터리의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배터리 자체 연구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선 리튬이온 배터리가 우세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아직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차세대 기술로는 전해액에 첨가제를 넣거나 아예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와 같이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연구와, 수소 경제를 이끌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리튬이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간의 경쟁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지만 개인적으로 두 전지 모두 미래에 함께 쓰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배터리를 관리하는 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의 개발 연구가 있다. 이는 화학공학이나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생각해볼만한 연구로, 배터리가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소재의 온도 특성을 고려하기도 하고 충방전 동안 배터리의 각 셀에 전압도 균형 있게 유지시키기도 하며 배터리를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차량의 효율을 개선하여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물론 차체 소재나 디자인 등과 같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진행되었던 연구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전기자동차에서만 가능한 연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우선 배터리의 전압을 승압시키기 위한 DC/DC 컨버터나 모터 구동을 위한 인버터와 같이 전력변환 장치의 개선 연구가 있으며, 회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회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회생제동 연구, 기존 기계적 유압 장치들의 전장화 연구 등이 있다.
물론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연구 분야들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평소 막연하게 전기자동차를 연구하고 싶어왔지만 막상 대학원 진학을 결정해보니 구체적으로 무슨 기술을 연구해야하는 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또한 뭔가 한 번 결정되면 평생 그것만 연구하게 될 것이란 생각에 결정을 내리는데 큰 어려움이 들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까지 정말 어려움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학계에서의 연구는 실제 시장보다 훨씬 더 먼 미래를 보며 선진 연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래 기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위 예시를 참고하여 본인의 전공이나 적성에 맞게 큰 틀에서 분야를 선택하여 연구한 후 조금씩 세부적인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추후에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도전 과제들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미래에 또다른 많은 인재들이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함께 연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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