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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연구실 생활 일기

늦은 새해 다짐

by 그래도_明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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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블로그 광고 핀번호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과정이 오래 걸려서 은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잘 해결되어 기쁘다. 

복잡했던 일들이 제자리를 찾아오는 그 기분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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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기억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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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바람이 적당하던 논산 훈련소에서 어색했던 입소 첫날이 지났다.
"체력 훈련 모두 특급 받으면 수료식날 대표로 상을 준대."
약간은 친해진 동기가 취침 준비를 하며 이야기한다.
훈련을 열심히 받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의 대답이었다.
"수료식날 대표로...?"
머릿속에서 구령대에 올라 중대장에게 상을 받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수료식날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앞에서 멋진 사나이가 된 모습을 보여주면 다들 자랑스러워 하시겠지.

대게 그렇듯 입대 후 효자 버프로 모든 훈련에서 특급을 받기 위해 난 바보같을 정도로 미친듯이 훈련에 임했다.
사실 평소 운동 신경으로 어디가서 뒤쳐지지 않았기에 자신있었다.
그러나 시련은 오래 달리기에서 찾아왔다.

'오래 달리기니까 초반에는 페이스 조절 해야지.'
머릿속으로 특급을 받기 위한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우선 초반에는 적당히 3~4등을 유지하며 힘을 아꼈다가 막판에 전력으로 앞사람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할 계획이다.
"시작!"
조교의 출발 신호와 함께 훈련병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한다.
어라.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막판에 선두를 탈환하려면 최소 5등안에는 들어야 하기에 나도 계획보다 조금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절반 정도 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숨 쉬는 요령도 없어서 목구멍 전체를 열고 거칠게 공기를 마시고 뱉는다.
앞 서 가는 놈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거리가 좁혀질 생각을 안한다.
 "저 괴물들..! "
숨이 너무 찬다. 폐가 찢어지는 느낌이다.
몸이 그만 뛰고 걸으라고 화를 내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여기서 포기하면 딱 여기까지 정도로 내가 정의될 것 같았다. (+ 효자 버프)
'그래, 죽기야 하겠어?'
말그대로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뒤로 하고 미친척 발을 더 빠르게 뻗는다.

결과는 7등.
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인내하며 억지로 달렸는데, 내 앞에 6명은 너무도 여유로워 보인다.
그날 이후 아마 자대배치 받은 날까지 목에서 피맛이 났다지.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로 폐가 찢어졌던 것 같다.
미친 짓이었어.
그래도 내가 살면서 전력을 다해본 몇 안되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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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런 저런 위험이 부담스러워 최선을 다하기 피하는 듯 하다.
원래 나는 이렇게 나약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 알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일이라도 결국은 제자릴 찾아올 것이기에 다시 한 번 전력질주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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